치료비 현실
어머니의 치료 과정에서 가장 먼저 체감한 것은 치료 단계별로 극적으로 달라지는 비용 구조였습니다.
| 치료 단계 |
기간 |
건강보험 적용 |
실부담 비용 |
비고 |
| 1차 항암 (R-CHOP 6주기) |
5개월 |
적용 |
~1,000만 원 |
건강보험 산정특례 적용 |
| 방사선 공고요법 |
1개월 |
적용 |
위 금액에 포함 |
|
| 2차 항암 (TL 6주기) |
6개월 |
제한적 |
~6,000만 원 |
제약사 지원 포함. 고령으로 인한 제한 |
| 3차 CAR-T (킴리아) |
진행 중 |
적용 |
~800만 원 |
약가 3.6억 원 중 건강보험 부담 |
| 브릿지 항암제 |
~1개월 |
미적용 |
~2,000만 원 |
1·2차 항암용으로는 보험 적용, 브릿지 목적은 비급여 |
| 총 비용 |
약 9,800만 원 (요양비, 간병비 제외) |
같은 약인데, 용도가 다르면 보험이 안 됩니다
브릿지 항암에 사용된 약제는 1차·2차 항암 목적으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동일한 약입니다. 그러나 CAR-T 제조 기간 동안의 '브릿지' 용도로 사용하면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같은 약, 같은 환자, 같은 질환인데 사용 목적의 분류가 달라지면 2,000만 원을 온전히 환자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참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고 제2022-87호(2022.4.1 시행)에 따르면, 킴리아주는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인 성인의 DLBCL"에 투여 시 요양급여를 인정하며, 브릿지 항암에 대한 별도 급여 기준은 없음. (HIRA 심의사례)
브릿지 항암은 CAR-T의 일부인데, 왜 따로 보험을 적용하는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브릿지 항암이 CAR-T 치료 과정의 필수 구성요소라는 점입니다. CAR-T 세포는 제조에 4-6주가 소요되며, 이 기간 동안 공격적인 DLBCL은 빠르게 진행합니다. 브릿지 없이 기다리면 환자가 CAR-T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브릿지 유무에 따른 CAR-T 주입 성공률 (Iacobelli et al., BMT 2024)
| 브릿지 유형 | 환자 수 | CAR-T 주입 성공률 | 1년 PFS | 1년 OS |
| 방사선 브릿지 | 31명 | 96.8% | 51.2% | 86.7% |
| 항암화학 브릿지 | 84명 | 89.2% | 28.2% | 52.7% |
| 브릿지 없음/스테로이드 | 33명 | 78.8% | 47.6% | 69.0% |
출처: Iacobelli S et al., "Role of bridging RT in R/R DLBCL undergoing CAR-T therapy: a multicenter study", Bone Marrow Transplant, 2024. (Nature BMT)
핵심: 브릿지 없이 CAR-T를 받으면 5명 중 1명은 주입조차 못 합니다
위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명확합니다. 브릿지 항암 없이 CAR-T 제조 기간을 기다리면 21.2%의 환자가 상태 악화로 CAR-T를 주입받지 못합니다. 방사선 브릿지를 받으면 이 탈락률이 3.2%로 감소합니다.
추가로, 영국 UK National CAR T Panel 보고서(Blood Cancer J, 2025)에 따르면 981명의 LBCL 환자 중 제조 실패율은 3.87%였으며, 사전 벤다무스틴 사용이 유일한 위험 인자였습니다. (Nature)
Bhaskar 등(Clin Hematol Int, 2024)의 종합 리뷰도 "브릿지 치료는 CAR-T를 안전하게 투여하기 위한 필수 구성요소(important component)"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PMC)
제도적 모순
건강보험은 킴리아(CAR-T) 약가 3.6억 원은 급여로 지원하면서, 그 치료가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브릿지 항암 2,000만 원은 비급여로 분류합니다.
이는 마치 수술비는 보험이 적용되지만 수술에 필수적인 마취비는 적용되지 않는 것과 유사한 구조입니다. NCCN 가이드라인(2026)은 CAR-T 후보 환자에게 "as clinically indicated"로 브릿지 치료를 명시적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이는 브릿지가 CAR-T 치료 경로의 불가분한 일부임을 의미합니다.
해외에서는 브릿지 항암이 CAR-T 치료 과정의 일부로 인정되어 전체 치료 패키지에 포함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한국에서도 브릿지 항암을 CAR-T 급여의 연장선에서 통합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2차에서 CAR-T를 했더라면" — 치료 순서의 아쉬움
이 사이트의 2차 항암 섹션에서도 다뤘지만, 국제적 추세는 이미 2차 치료에서 CAR-T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ZUMA-7, TRANSFORM 임상시험이 2차 CAR-T의 우월성을 입증했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2차 급여가 승인되었습니다.
한국의 현실
한국에서 CAR-T(킴리아)의 건강보험 급여 기준은 3차 이상 재발·불응성 DLBCL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2022년 4월 급여 등재). 2차에서 사용하려면 약가 3억 6천만 원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어머니의 경우, 2차 치료 시점에 체력과 T세포 상태가 지금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그때 CAR-T를 했다면 더 건강한 T세포로 더 좋은 CAR-T 제품을 만들 수 있었고, 6개월간의 TL 치료로 인한 골수 피로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책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해외 2차 CAR-T 급여 현황 비교 (2025년 기준)
| 국가 | 2차 CAR-T 급여 | 근거 | 비고 |
| 미국 | 승인 (Axi-cel, Liso-cel) | ZUMA-7, TRANSFORM | FDA 2022년 2차 적응증 확대 승인 |
| EU | 승인 (Axi-cel) | ZUMA-7 | EMA 2022년 승인, 각국 급여 협상 중 |
| 영국 | 승인 (NICE 관리접근계약) | ZUMA-7 | 성과기반 환급(outcomes-based) 모델 적용 |
| 일본 | 2차 비용효과 분석 완료 | ZUMA-7 기반 분석 | Axi-cel 비용효과성 확인 (Tsutsué, Future Oncol 2024) |
| 한국 | 3차 이상만 급여 | — | 예스카타 2차 급여 심평원 심사 중 (2025.08 제출) |
출처: Litvinova Y et al., "Availability and financing of CAR-T cell therapies: A cross-country comparative analysis", Health Policy, 2024. (DOI) / 팜뉴스 2025.09
이중특이항체(BsAb) 급여 — 심평원 승인 후에도 끝나지 않는 협의
엡코리타맙(엡킨리)은 2024년 6월 한국 MFDS 허가를, 글로피타맙(컬럼비)은 2023년 12월 허가를 받았습니다. 심사평가원에서 건강보험 등재를 검토하고 있지만, 2026년 3월 현재까지 급여 적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팜뉴스 보도(2025.09)에 따르면, 엡킨리와 컬럼비 모두 급여권 진입을 추진 중이나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출처)
이중특이항체는 CAR-T와 달리 즉시 시작 가능하고, 제조 기간이 필요 없으며, 비용도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 환자에게는 CRS/ICANS 위험이 낮아 안전한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EPCORE DLBCL-3 연구에서 75세 이상 환자의 ORR 73%, CR 62%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아직 보험 혜택 없이 전액 자비 부담입니다.
80세 이상 초고령 환자에 대한 정책적 고민
건강보험의 기본 원칙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한정된 재원으로 가장 많은 국민에게 혜택을 주어야 하고, 과도한 치료로 보험 재정이 낭비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80세 이상의 노인에게, 지금의 일률적인 기준이 과연 최선일까요?
현재 시스템에는 두 가지 선택지만 존재합니다:
- 급여 기준에 맞으면 → 보험 적용 (환자 부담 5-10%)
- 급여 기준에 안 맞으면 → 전액 자비 (3.6억 원)
그 사이에 아무런 옵션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대안은 어떨까요:
- 가족이 전체 비용의 20~30%를 부담하고, 나머지를 건강보험이 지원하는 "부분 급여 옵션"
- 담당 교수님의 의학적 판단서를 근거로 급여 기준 외 사용을 허가하는 "전문가 재량 급여"
- 환자의 연령, 질환 특성, 기대 효과를 AI가 종합 분석하여 급여 여부를 개인별 맞춤 심사하는 시스템
행정의 속도와 환자의 시간
40년간 IT 시스템을 만들어 온 경험으로 거의 모든 의료 데이터가 심평원에 수집 되어있어 얼마든지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데, 지금의 행정 속도가 안타깝습니다. 특히 AI의 혁명적 발전에 의해 내부망에 GPU 몇개와 모델 1,2개, 에이전트 몇개면 얼마든지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할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미 AI는 수만 건의 임상 데이터를 분석하여 개별 환자의 예상 반응률, 부작용 확률, 비용 대비 효과를 실시간으로 산출할 수 있습니다. 의사의 판단서, 환자의 유전체 정보, 이전 치료 반응 데이터를 종합하면 환자 한 명 한 명에 대해 "이 치료가 이 환자에게 합리적인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합니다.
실제로 미국 CMS(Medicare)는 2026년 1월부터 AI 기반 사전승인(Prior Authorization) 시범사업 'WISeR'을 6개 주에서 시작합니다.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하여 치료의 의학적 필요성을 개별 심사하는 모델입니다. (ACP, 2025.09)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은 약이 허가된 후에도 급여 협상에 1~2년이 걸리고, 그 사이에 환자들은 기다리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자비로 부담해야 합니다. 기술은 준비되어 있는데, 행정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입니다.
바라는 것
이 글은 건강보험 제도를 비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보험이 있기에 어머니의 1차 항암과 CAR-T 치료가 가능했고, 그 덕에 어머니는 지금도 살아 계십니다. 다만 같은 상황에 처한 다른 환자분들과 보호자분들이 겪을 어려움을 생각하며, 좀 더 유연하고 개인화된 급여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합니다.
특히 80세 이상의 초고령 환자에 대해서는, 남은 시간이 제도의 개선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